Learning note / Consciousness and quantum physics
의식은 뇌보다 먼저인가
Jim Tucker의 《Return to Life》를 읽던 날, Federico Faggin의 양자정보 범심론 인터뷰가 유난히 강하게 다가왔다. 한 사람은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에서 출발하고, 다른 사람은 그런 현상이 가능할 수 있는 세계의 구조를 그린다.
먼저 내 결론부터 적는다.
이 영상은 사후세계나 환생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 아니다. 의식이 뇌의 부산물이 아닐 가능성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현실의 화살표를 뒤집어 보는 연구 프로그램이자 형이상학적 모델에 가깝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같은 질문으로
Jim Tucker와 버지니아대학교 지각연구부는 전생을 기억한다고 말하는 아이들의 사례를 조사한다. 아이가 언제 어떤 말을 했는지, 정상적인 경로로 그 정보를 알 수 있었는지, 실제 사망자의 기록과 무엇이 맞고 틀리는지를 추적한다.
반면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을 이끈 Federico Faggin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런 현상이 정말 존재할 수 있으려면 의식과 현실은 어떤 구조여야 하는가?
Tucker는 현상에서 위로 올라가고, Faggin은 세계관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둘이 만나는 곳은 뇌가 의식과 기억의 유일한 근원인가라는 질문이다.
Faggin이 뒤집는 화살표
우리가 익숙한 그림은 대체로 이렇다.
물질과 뇌의 활동 → 신경정보 처리 → 의식과 주관적 경험
Faggin은 방향을 뒤집는다.
의식과 자유의지 → 양자정보 → 양자적 가능성의 실제화 → 뇌·몸·행동으로 나타나는 현실
이 그림에서 뇌는 의식을 생산하는 공장이 아니다. 의식적 주체가 물리적 세계를 경험하고 행동하기 위해 사용하는 인터페이스다. 영상에서 몸을 드론에 비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감각기관과 자동 처리, 운동 실행은 몸이 담당하지만 경험과 선택의 주체는 더 근본적인 의식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이것은 확립된 신경과학적 결론이 아니다. 현실의 기본 단위를 물질이 아니라 의식으로 놓는 존재론적 방향 전환이다.
계산과 느낌 사이의 간격
Faggin의 문제 제기에서 가장 강하게 남은 것은 계산과 경험을 쉽게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컴퓨터는 빛의 파장을 분석해 빨강을 정확히 분류할 수 있다. 손상 신호를 감지해 통증 경고도 출력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계산에 빨강을 보는 느낌이나 실제로 아픈 느낌이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뇌과학은 빨간 사과를 볼 때 망막과 시각피질에서 어떤 처리가 일어나는지 설명할 수 있다. 그래도 왜 그 정보처리가 아무 느낌도 없는 계산이 아니라 생생한 1인칭 경험을 동반하는지는 남는다. 철학에서 말하는 의식의 어려운 문제다.
빨강의 느낌, 커피 맛, 통증, 사랑처럼 당사자에게 직접 주어지는 경험의 질감을 퀄리아라고 한다. Faggin과 Giacomo Mauro D’Ariano는 기존 물질주의가 정보의 기능과 외부 행동은 설명하지만 정보가 왜 느껴지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고 본다.
왜 하필 양자정보인가
양자라는 말이 등장한다고 의식 이론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Faggin의 논증은 경험과 양자정보가 공유하는 사생활성에서 시작한다.
내 통증을 말과 숫자, 뇌 영상으로 설명할 수는 있어도 내가 느끼는 바로 그 통증을 복사해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는 없다. 타인은 보고된 정보에는 접근하지만 경험 자체에는 직접 접근하지 못한다.
반면 사진 파일이나 문장 같은 고전정보는 원칙적으로 동일하게 복사할 수 있다. 양자정보는 다르다. 복제 불가능 정리에 따르면 임의의 미지 양자상태를 원본을 유지한 채 완벽히 복제할 수 없고, 측정 방식은 상태와 결과에 영향을 준다.
Faggin은 여기서 다음과 같은 유사성을 본다.
- 주관적 경험은 직접 복제할 수 없다.
- 미지의 양자상태도 완벽히 복제할 수 없다.
- 그러므로 양자정보는 경험의 사생활성을 표현하는 물리적 후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유사성에서 동일성으로 넘어가는 도약이다. 둘 다 복제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경험이 곧 양자상태다라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이 지점은 QIP의 가장 매혹적인 출발점이자 대표적인 약점이다.
양자상태의 안쪽이 경험이라는 생각
Faggin과 D’Ariano는 하나의 양자상태를 외부와 내부에서 다르게 본다.
외부 관찰자는 가능한 결과와 확률, 측정으로 얻은 정보에 접근한다. 그러나 시스템 자체의 내부에는 확률표가 아니라 하나의 직접적인 경험이 있다고 가정한다.
외부 연구자는 어떤 뇌 상태에서 불안이 보고될 가능성을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에게 불안은 확률이 아니라 지금 실제로 느껴지는 상태다.
QIP는 한 실재의 외적 모습이 양자상태이고 내적 모습이 퀄리아라고 본다. 의식은 물질에 나중에 붙은 기능이 아니라 양자정보가 내부에서 존재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그림이지만 이 동일성을 가르는 독립적인 실험 증거는 아직 없다.
작은 경험들이 어떻게 하나의 내가 되는가
Faggin의 이론은 범심론의 한 종류다. 범심론은 인간의 뇌에서 갑자기 의식이 탄생한다고 보기보다, 현실의 기본 구성요소에 원초적 경험성이 이미 존재한다고 본다.
여기서 의식은 전자 하나가 언어로 생각한다는 뜻이 아니다. 극도로 단순한 내부적 관점이 현실의 바닥에 있고, 생명체에서는 그것이 복잡하고 통합된 경험으로 조직된다는 주장에 가깝다.
범심론에는 결합 문제라는 난점이 있다. 작은 경험들이 왜 수십억 개의 분리된 느낌으로 남지 않고 하나의 통합된 나가 되는가?
Faggin은 양자 얽힘을 후보 해법으로 제시한다. 여러 부분이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순수 양자상태를 형성하면, 부분의 합을 넘어 하나의 통합된 의식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물리적 비분리성과 하나의 1인칭 관점은 같은 말이 아니다. 얽힘은 확립된 물리학이지만 얽힌 상태가 하나의 주체다라는 해석은 추가 가정이다.
자유의지와 무작위성은 다르다
양자역학은 가능한 결과와 확률을 예측하지만 개별 사건에서 왜 바로 이 결과가 나타났는지는 일반적으로 정하지 않는다. Faggin은 그 실제화를 의식적 주체의 선택과 연결한다.
여러 가능성 → 의식적 선택 → 하나의 결과 → 몸의 행동
이 해석은 결정론적 세계에서 사라졌던 자유의지의 자리를 만들려는 시도다. 하지만 비결정성이나 예측 불가능성 자체는 자유의지가 아니다. 주사위 결과를 미리 모른다고 해서 주사위가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자유의지 가설이 과학적 설명이 되려면 단순한 무작위성과 다른 목적 지향적 행위자성이 어떤 측정 가능한 차이를 만드는지 보여줘야 한다.
죽음보다 더 어려운 문제는 기억이다
이 부분이 《Return to Life》와 연결할 때 가장 중요하다.
QIP 원논문은 짧은 현재 경험을 양자정보와 연결하지만 안정적인 장기기억은 주로 고전적 정보로 다룬다. 경험의 일부가 기억 구조에 기록되고, 회상할 때 다시 현재 경험으로 재구성된다는 그림이다.
- 현재 생생하게 느끼는 순간은 양자적 경험과 연결한다.
- 과거 사건을 저장한 장기기억은 주로 고전적 정보로 본다.
- 회상은 저장된 정보를 다시 현재의 경험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뇌의 기억 구조가 죽음과 함께 파괴될 때 이름, 가족, 직업, 장소, 사망 정황 같은 자서전적 기억은 어디에 보존되는가?
여기에서 반드시 두 질문을 분리해야 한다.
- 의식적 주체가 몸의 죽음 뒤에도 남을 수 있는가?
- 한 사람의 구체적인 기억과 성격이 다른 몸으로 전달될 수 있는가?
Faggin의 영상은 첫 번째 가능성을 강하게 그리지만 두 번째의 저장·선택·전달 경로는 제시하지 않는다. 의식의 생존과 개인 정체성의 연속성은 같은 명제가 아니다.
Tucker의 사례가 QIP에 던지는 질문
버지니아대학교 지각연구부의 공식 소개에 따르면 전생 기억을 말하는 아이들의 발화는 주로 2~5세에 나타났다가 7세 전후 희미해지는 경향이 있다. 연구팀은 아이들의 진술과 행동, 공포, 출생표지, 특정 사망자의 기록을 대조한 2,500건 이상의 사례 파일을 축적했다고 밝힌다.
이 자료가 흥미롭다고 해서 환생이 확립된 것은 아니다. 가족 간 정보 노출, 유도 질문, 선택 편향, 틀린 진술의 누락, 사후적인 후보 맞추기를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 관련 범위 문헌고찰도 연구의 대부분이 아동 사례보고와 면담 중심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가장 강한 설계라면 사망자 후보를 찾기 전에 아이의 진술을 봉인해 기록하고, 맞은 내용뿐 아니라 틀린 내용도 보존하며, 독립 평가자가 여러 후보를 맹검 비교해야 한다.
Tucker의 사례가 강하다고 QIP가 자동으로 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QIP가 가능하다고 특정 아이의 진술이 전생 기억으로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Tucker의 자료는 Faggin의 세계관이 실제 연구 프로그램이 되려면 무엇을 설명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네 층으로 나눠 읽기
이 주제를 과대해석하지 않으려면 주장들을 네 층으로 나누는 것이 좋다.
비교적 확립된 물리학
- 양자상태, 중첩, 얽힘
- 측정 결과의 확률성
- 미지 양자상태의 복제 불가능성
- 고전정보와 양자정보의 차이
진지하지만 미결정인 연구
- 의식의 어려운 문제
- 정보 원리에서 양자이론을 재구성하는 연구
- 임사체험의 전향적 조사
- 전생 기억 주장 사례의 체계적 문서화
QIP의 가설
- 양자상태의 내적 측면이 퀄리아다.
- 양자정보의 사생활성이 경험의 사생활성을 설명한다.
- 얽힘이 여러 경험을 하나의 주체로 통합한다.
- 양자적 결과의 실제화가 자유의지와 연결된다.
형이상학적 확장
- 의식이 물질보다 근본적이다.
- 몸이 죽어도 의식은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 우주는 의식이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
이 네 층을 한 문장 안에서 같은 확실성으로 섞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내가 받아들이는 것과 유보하는 것
내가 받아들이는 것은 다음과 같다.
- 정보처리와 경험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 1인칭 경험은 과학이 제거할 잡음이 아니라 설명해야 할 가장 직접적인 자료다.
- 뇌가 의식을 전부 생산한다는 전제 역시 철학적 가정을 포함한다.
- Tucker의 일부 사례는 더 엄격한 연구를 계속할 가치가 있다.
반면 다음 단계는 아직 유보한다.
- 경험의 사생활성과 양자상태의 복제 불가능성이 곧 같은 현상이라는 결론
- 양자적 비결정성을 자유의지로 해석하는 단계
- 물리적 얽힘을 하나의 주체성과 동일시하는 단계
- 의식의 근본성을 개인적 사후 생존과 곧바로 연결하는 단계
- 의식 생존의 가능성을 전생 기억 전달의 증명으로 확대하는 단계
이 영상과 책은 믿음을 완성하기보다 질문을 정교하게 만드는 데 가장 큰 가치가 있다. Faggin은 Tucker 사례가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선입견을 낮춰준다. Tucker는 Faggin의 세계관이 실제 자료와 만날 때 반드시 설명해야 할 기억과 정체성의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남겨 둘 질문
- 기억이 대부분 사라져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면 정체성의 핵심은 무엇인가?
- 양자정보와 경험이 동일하다는 가설을 경쟁 이론과 구분할 관측 가능한 예측은 무엇인가?
- 뇌 외부의 의식적 주체를 검출하거나 반증할 수 있는 실험은 가능한가?
- 전생 기억 사례에서 전달되는 것은 인격인가, 단편 정보인가, 정서적 흔적인가?
- 어떤 결과가 나오면 나는 환생이나 QIP 가설의 신뢰도를 낮출 것인가?